갱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기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유독 가혹하고 막막한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9년 난소난관 적출 수술 이후 절벽에서 떨어지듯 마주해야 했던 갱년기 증상들은 제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습니다. 보통은 부족한 호르몬을 채워주는 대체 요법을 선택하지만, 저는 체질적인 특성과 수술 이력으로 인해 그러한 화학적 요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약 없이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갱년기의 기록을 담담하게 나누어 보려 합니다.
1. 아침마다 마주하는 공포, 뻣뻣해진 손마디와 전신 부종
수술 후 가장 먼저 저를 괴롭힌 것은 신체의 순환 체계가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몸 안의 대사 스위치가 꺼진 듯 순환이 되지 않다 보니 체중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늘어난 몸무게도 속상했지만, 더 무서웠던 것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겪어야 하는 신체적 고통이었습니다.
◆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 아침의 시작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퉁퉁 부어올라 주먹을 쥐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뻣뻣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컵 하나 드는 것이 조심스러울 만큼 마디마디가 저리고 아픈 부종은 일상의 의욕을 꺾어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내 몸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막막함이 앞섰지만, 약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저는 스스로를 돌려세워야만 했습니다.
◆ 밤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식은땀과 불면
낮 동안의 통증만큼이나 괴로웠던 것은 밤의 시간이었습니다. 잠자리에 들면 예고 없이 찾아오는 후끈한 열감과 그 뒤를 잇는 식은땀 때문에 잠옷을 몇 번씩 갈아입어야 했고, 이는 지독한 불면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신체적인 고통이 밤낮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니,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도전처럼 느껴졌던 시기였습니다.
2. 마음의 예민함보다 몸의 신호에 집중했던 시간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갱년기 여성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인 예민함이나 우울증에 깊이 빠져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연이은 수술을 거치며 마음의 근육이 조금 더 단단해진 덕분인지, 아니면 당장 눈앞에 닥친 신체적인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더 급선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울감 대신 '회복'에 대한 간절함
보통 갱년기가 오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세상이 원망스러워지기도 한다지만, 저는 오히려 제 몸이 보내는 통증이라는 신호를 해석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왜 이렇게 아플까?"라는 질문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순환을 도울 수 있을까?"로 바꾸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흔들릴 여유조차 없이 제 몸을 아끼고 보살피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 약 없이 버티는 힘, 기능의학적 접근
호르몬제는 물론이고 여성에게 좋다는 석류나 홍삼조차 조심해야 했던 제약 사항은 저를 끊임없이 공부하게 만들었습니다. 크리스토퍼 M. 팔머가 펴낸 《브레인 에너지》 와 같은 서적을 읽으며,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다 하는 것이 갱년기 대사 저하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임을 깨달았습니다. 외부에서 호르몬을 넣어줄 수 없다면, 내 몸 스스로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 것입니다.
3. 막힌 순환을 뚫어준 저만의 자구책
이미 제 글을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약을 쓸 수 없는 제가 매달린 처방은 아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손마디 통증과 밤새 흘린 땀으로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제가 선택한 방식은 화려한 보조제가 아닌 '순환' 그 자체였습니다.
- 전해질의 균형을 맞추는 한 잔: 식은땀으로 빠져나간 수분과 미네랄을 채우는 아침 물 한 잔은, 뻣뻣하게 굳어있던 제 손마디를 조금씩 부드럽게 깨워주는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 세포를 달래는 건강한 지방: 염증 수치가 올라가기 쉬운 갱년기에 양질의 오일을 섭취하는 것은 제게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습니다. 뇌의 안개를 걷어내고 전신의 부종을 다스리기 위해 세포가 가장 좋아하는 연료를 공급하려 노력했습니다.
- 지방 대사를 돕는 식단 관리: 체중 증가와 부종을 막기 위해 혈당 관리에 집중하며, 제 몸이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법을 스스로 잊지 않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갱년기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 생기는 변화'가 아니라, 내 몸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하는 신호라는 생각이 듭니다. 호르몬제를 쓸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상황이 저에게는 오히려 제 몸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기회가 되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체질상의 이유로 일반적인 치료가 힘들거나, 급격한 신체 변화로 남모를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이 계신가요? 마음의 우울함보다 몸의 통증이 더 앞서는 그 막막한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제가 찾은 이 작은 지혜들이 여러분께 실질적인 힘이 되길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제가 직접 굵직한 수술들을 겪고 회복해 가는 과정에서 얻은 개인적인 경험과 꾸준히 공부해 온 건강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체질과 건강 상태가 모두 다르기에, 제가 실천하는 방법이 모든 분께 똑같은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식단이나 루틴을 시작하시기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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