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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수술 후 건강기록

뇌혈관 조영술 후기 : 뇌수막종 수술 전 가장 힘들었던 검사 경험

by 레인보우 빛남 2026. 2. 4.

뇌수막종 수술 전 시행한 뇌혈관 조영술 후기입니다. 전신마취 없이 진행된 검사 과정과 통증, 카테터 제거 및 4시간 지혈 경험을 환자 시선에서 기록했습니다.

 

뇌수술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앞두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고비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수술 전날 시행한 '뇌혈관 조영술(Cerebral Angiography)'을 선택하겠습니다. 흔히들 두개골을 여는 수술실에 들어갈 때가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저에게는 맑은 정신으로 모든 고통과 공포를 실시간으로 감당해야 했던 그 차가운 검사실이 훨씬 더 견디기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 왜 전신마취 없이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어야 할까?

검사실로 이동하며 저는 막연하게 "잠깐 잠들었다 깨면 모든 게 끝나 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뇌혈관 조영술은 환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료진과의 공동 작업'에 가까웠습니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검사 내내 가장 강조한 것은 "절대 머리를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지시였습니다. 우리 뇌혈관은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가닥들이 복잡하고 미세하게 얽혀 있습니다. 카테터가 뇌혈관 깊숙이 진입할 때 환자가 통증이나 공포로 인해 머리를 아주 미세하게만 움직여도 영상이 흔들려 버립니다. 지도가 흔들리면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해지고 수술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결국 이 시술은 의료진의 정교한 기술과 환자의 필사적인 인내심이 하나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예민하고 고독한 과정이었습니다. 환자의 도움 없이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검사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2. 눈을 뜬 채 마주하는 생생한 고통과 공포

뇌혈관 조영술 검사실에서 환자가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침착하게 시술을 견디며 의료진과 협력하는 긴박한 현장 모습.
눈앞이 화끈거리는 벌침 같은 통증을 이를 악물고 참아내야 했던 그날의 공포와 다짐의 기록입니다.

전신마취 수술은 의식을 잃은 사이 모든 일이 지나가지만, 조영술은 차가운 검사실의 공기,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 그리고 의료진의 긴박한 대화를 모두 듣고 느끼며 견뎌야 합니다. 눈을 뜬 채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 얼굴을 찌르는 벌침 같은 통증: 국소 마취 후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가 삽입되고, 마침내 조영제가 주입되는 순간 머릿속에 뜨거운 불이 붙은 듯한 열감이 밀려왔습니다. 얼굴과 눈 뒤를 동시에 꿰뚫는 벌침 같은 통증이 번개처럼 스쳤습니다.
  • 움직일 수 없는 지독한 고통: 통증이 극에 달할 때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고 당장이라도 몸을 뒤척이고 싶었지만, "머리 움직이면 안 됩니다! 조금만 참으세요!"라는 의료진의 단호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참아냈습니다. 내가 움직이면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거나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 공포를 오롯이 정신력 하나로 눌러 담아야 했습니다. 수술실 들어갈 때보다 훨씬 더 생경한 공포였습니다.

3. 카테터 제거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긴장의 끈

긴 검사가 끝났다는 신호와 함께 안도감이 찾아올 줄 알았지만, 마지막 관문인 카테터 관을 뽑아내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은 고통을 선사했습니다. 대퇴부에 삽입되었던 굵은 관이 동맥을 빠져나갈 때의 그 묵직하고 생경한 통증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합니다.

관을 뺀 직후, 지혈을 위해 의료진이 체중을 실어 대퇴부를 강하게 압박할 때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굵은 동맥의 출혈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지만, 뇌수술을 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기력을 이곳에서 소진한 것 같은 탈진 상태가 되어서야 겨우 병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4. 지혈의 시간: 모래주머니와 벌이는 4시간의 사투

병실에 돌아온 후에는 '4시간 부동자세'라는 또 다른 인내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술 부위에 묵직한 모래주머니를 얹고, 다리를 1mm도 굽히지 못한 채 침대 위에서 정자세로 누워 있어야 합니다.

  • 동맥 지혈의 절대적 중요성: 동맥은 심장에서 뿜어내는 혈압이 매우 세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거나 다리를 움직여도 지혈이 풀려 큰 혈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자칫하면 내일로 예정된 수술 일정 자체를 미뤄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보호자의 소중함: 이 시간 동안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파오고 정신적으로도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이때 옆에서 보호자가 가볍게 반대쪽 다리를 주물러주거나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것이 환자에게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고통을 잊게 해주는 약이 됩니다.

5. 마치며: 이 고비를 넘길 환우분들에게

뇌혈관 조영술은 단순히 병원이 해주는 검사가 아닙니다. 환자인 내가 주체가 되어 의료진과 합을 맞춰 완성해 가는 '나를 살리기 위한 생생한 밑그림'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검사는 매우 아프고 공포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뜨거운 통증과 지독한 인내의 시간을 견뎌냈을 때,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가장 안전한 수술을 가능하게 할 정확한 지도가 완성됩니다. 의료진의 지시를 믿고, 무엇보다 자신의 강한 정신력을 믿고 그 시간을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그 고비를 넘긴 당신은 이미 큰 수술을 이겨낼 충분한 자격과 용기를 갖춘 분입니다. 여러분의 쾌유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본 포스팅은 뇌수막종 수술을 직접 경험한 환자의 주관적인 기록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환자의 상태나 병원의 시스템에 따라 검사 과정과 통증의 정도는 다를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치료 계획은 반드시 담당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이 같은 길을 걷는 환우분들께 작은 정보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